단어의 종류에는 크게 하나의 어근만으로 이루어진 '단일어'와 어근과 어근, 어근과 접사가 만나 이루어진 '복합어'가 있다. 복합어는 다시 파생어와 합성어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이전 포스팅에서 서술한 어근과 접사에 대해 먼저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파생어가 어근과 접사로 이루어진 단어라면 합성어는 파생 접사 없이 두 개 이상의 어근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예를 들어 '군말', '군소리', '군침'과 같은 단어는 파생어이다. 하지만 '군밤', '군고구마'와 같은 단어들은 합성어이다. 앞에 같은 '-군'이 붙어 있는데 단어의 구분이 다른 것은 왜일까? 그것은 파생어 앞에 붙은 '-군'은 단어에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주는 접두사이고, 합성어에서 볼 수 있는 '군'은 음식의 조리 방식인 '굽다'의 어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밤'과 '군고구마'는 어근과 어근이 결합한 통사적 합성어이다. 합성어는 단어 배열법에 따라 통사적 합성어와 비통사적 합성어로 나눌 수 있고, 의미 관계에 따라서 대등 합성어, 종속 합성어, 융합 합성어로 나눌 수 있다.
통사적 합성어와 비통사적 합성어
먼저 단어 배열법에 따른 통사적 합성어와 비통사적 합성어를 살펴보자. 통사적 합성어란, 우리말의 일반적인 단어 배열법과 일치하는 합성어를 말한다. 우리말의 문장구성 방식에는 일정한 통사적 규칙이 적용된다. 어간과 어미의 결합하는 것, 명사와 명사가 나란히 배열하는 것, 부사가 용언을 수식하거나 형용사가 체언을 수식할 때 앞에 위치하는 것 등이다. 이런 규칙들이 정상적으로 적용이 된 합성어를 통사적 합성어라고 한다. 반대로 합성어가 이러한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을 벗어날 때 그것을 비통사적 합성어라고 한다.
통사적 합성어는 논밭, 밤낮, 빈집, 작은아버지, 알아보다, 잡아먹다, 뛰어나다, 본받다, 잘하다 등이 있고 비통사적 합성어는 늦잠, 덮밥, 먹거리, 뛰놀다, 여닫다, 부슬비, 독서, 등이 있다. 단어들을 비교 분석하면서 각각의 기준에 대해 알아보자.
예를 들어 '논밭'은 전형적인 통사적 합성어이다. 명사 '논'과 '밭'이 나란히 배열하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이 적용된 합성어인 것이다. '밤낮'도 같은 배열 방식의 통사적 합성어이다. '빈집'이나 '작은아버지'도 역시 통사적 합성어인데 결합 방식이 조금 다르다. 이번엔 명사와 명사의 결합이 아니라 용언이 명사를 수식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용언 '비다'와 '작다'의 어근이 각각 체언 '집'과 '아버지'를 수식하는 데 있어 관형사형 전성 어미를 매개로 하고 있다.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늦잠'은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늦잠'은 용언 '늦다'의 어간과 체언 '잠'이 결합한 단어이다. 용언의 어간 바로 뒤에는 용언이 체언을 수식하는 역할을 하게 만들어주는 관형사형 전성 어미가 필요하다. 통사적 구성을 따르면 '늦은 잠'이 되는데 여기서 관형사형 어미 '은'이 생략되어 '늦잠'이 된 것이다. '꺾쇠' 역시 마찬가지이다. 용언 '꺾다'의 어근이 체언 '쇠'를 수식하는 형태인데 마찬가지로 관형사형 어미가 생략된 채 용언의 어간이 체언을 곧바로 수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역시 비통사적 합성어에 해당한다.
또한 '알아보다', '잡아먹다', '뛰어나다'는 통사적 합성어이지만 '여닫다', '뛰놀다'는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이 단어들은 모두 용언과 용언이 결합한 결과이다. 그러나 전자는 용언 어간 사이에 매개체 역할을 하는 연결 어미가 살아있고 후자는 생략되어 있다. '여닫다'는 '열다'와 '닫다'가 합쳐진 단어인데 용언의 어간이 아무 매개 없이 연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뛰놀다'도 '뛰다'와 '놀다'가 결합한 단어인데 용언의 어근이 곧바로 연쇄되어 있다. 이렇게 관형사형 어미의 여부와 더불어 연결어미의 여부 역시 통사적, 비통사적 합성어를 가르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수식의 구조에도 나름의 규칙이 존재하는데 우리말에서 부사는 용언을 수식하고 체언은 수식하지 않는다. 체언은 부사가 아닌 관형사의 수식을 받는다. 따라서 부사가 체언을 수식하는 경우는 비통사적 합성어에 해당한다. '부슬비', '산들바람'과 같은 예시들이 있다. '부슬'은 '부슬거리다'의 어간으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와 같은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용언을 수식하는 부사이다. 이것이 명사(체언)를 수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통사 구성으로 보기 어렵다. 반면 '잘하다'는 통사적 합성어이지만 부사 '잘'이 동사 '하다'를 앞에서 뒤로 수식하고 있다. 부사는 원래 용언을 수식하기 때문에 통사적 구성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한자어에서 우리말의 일반 어순과 다른 방식을 보이는 경우도 비통사적 합성어이다. '독서'나 '등산'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말의 정상적 어순에 따르면 목적어가 서술어의 앞에 위치해야 한다. 하지만 위의 사례를 보면 의미상 서술어의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읽다)', '등(오르다)'이 의미상의 목적어 '서(책)', '산(산)' 앞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정상적인 통사 구성 방식이 아니므로 비통사적 합성어로 분류한다.
주격조사 '이'와 목적격조사 '을/를'이 생략된 합성어는 통사적 합성어로 본다. '맛보다', '마음먹다', '애먹다', '욕먹다', '힘들다', 맛있다', '눈부시다' 등의 사례가 있다. '맛보다'의 경우 '맛을 보다'에서 목적격 조사 '을'이 생략된 채 결합된 것이고, '힘들다'의 경우는 '힘이 들다'에서 주격조사 '이'가 생략된 채로 '힘'과 '들다'가 결합된 것이다. 이들은 통사적 합성어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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