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운 변동의 유형 중 축약은 인접한 두 음운이 합쳐져 제3의 음운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변동 이전의 두 음운은 사라지고 두 음운의 성격이 합쳐진 새로운 음운으로 바뀌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음 축약과 모음 축약이 있다. 자음 축약은 평음이 자음 히읗을 만나 격음으로 바뀌는 격음화(거센소리되기)를 의미하고 모음 축약은 모음 '이'나 '오/우'가 다른 모음과 결합하여 이중 모음을 이루는 현상이다.
1. 격음화 현상(거센소리되기)
파열음 파찰음의 평음 계열인 'ㄱ, ㄷ, ㅂ, ㅈ'이 후음 'ㅎ'을 만나 각각 'ㅋ, ㅌ, ㅍ, ㅊ'의 격음(거센소리)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좋고 [조코], 많다[만타], 잡히다[자피다], 옳지[올치]의 예시가 있다. '좋고[조코]'의 사례에서 'ㅎ'과 'ㄱ'이 사라지고 새로운 음소 'ㅋ'으로 대체된 것을 볼 수 있다. 격음화라는 용어에서 그 정의를 알 수 있다. 격음이 아닌 것이 격음이 된다는 것이다. 격음이 아닌 것은 평음 계열의 'ㄱ, ㄷ, ㅂ, ㅈ'이고 격음은 'ㅋ, ㅌ, ㅍ, ㅊ'이다. 그리고 이 격음화를 발생시키는 것은 후음 'ㅎ'이다. 이때 'ㅎ'의 위치는 앞과 뒤 어디든 상관없다. 위의 예시들은 'ㅎ'이 앞에 붙은 사례로 순행적 격음화에 해당한다. '~록 하다'를 읽어보면 [~로 카다]로 발음된다. 'ㅎ'이 뒤에 있어도 연쇄하는 평파열음, 평파찰음에 기식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솔직히[솔찌키], 국화[구콰], 입학[이팍]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역행적 격음화에 해당한다. 이 현상은 무기음이 'ㅎ'을 만나 유기음이 된다는 점에서 유기음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대 우리말에 암컷 돼지를 이르는 '암퇘지'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를 직관적으로 분석하면 성별을 지칭하는 '암'과 구체적 짐승을 지칭하는 '돼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왜 '암돼지'라고 하지 않고 디귿을 티읕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는 '암퇘지'로 표기하는 것일까? 여기서 디귿이 티읕으로 전환된 것 같아 보이는 것이 이 단어가 주는 어원상의 큰 단서이다. 평음 디귿이 격음인 티읕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격음화를 겪었다는 것이다. 격음화는 어떤 환경에서 일어나는가? 바로 평파열음이나 평파찰음이 'ㅎ'을 만났을 때이다. '암-'과 '돼지'에서는 'ㅎ'을 찾아볼 수 없으나 사실 'ㅎ'은 '암-'에 숨겨져 있다. 성별을 지칭하는 형태소 '암-'은 본래 'ㅎ' 종성체언이었다. 본래의 모습은 '암ㅎ'였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변천 과정에서 히읗종성체언은 사라졌고 '암퇘지'와 같이 격음화가 적용된 발음의 결과가 흔적으로 남은 것이다.
2. 모음 축약
모음 축약은 모음 '이'나 '오/우'가 다른 모음과 결합할 때 이중 모음을 이루는 현상이다. 가리어[가려], 두었다[뒀다], 되어[돼]의 사례를 보면 자음 축약과 달리 음절의 수가 줄어든다. 이는 하나의 모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음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단모음이 축약되어 하나의 이중 모음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면 음절의 수도 모음의 수대로 줄어드는 것이다.
모음에는 단모음, 그리고 반모음과 단모음이 결합한 이중모음이 있다. 여기서 이중 모음을 만들어내는 반모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모음은 단모음과 결합하여 음가에 영향을 주지만 빠르게 사라지는 과도음이다. 한국어에서 반모음은 [w]와 [j]가 있다. 각각 단모음 '우/오'와 '이'의 소리에 대응된다. 모음 축약에서 '이'나 '오/우'가 변동을 초래하는 원인 음소가 된 것은 이 반모음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다른 단모음과 연쇄할 때 마치 이 모음들이 반모음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엄연한 단모음이지만 다른 모음과 결합하여 빠르게 발음될 때 단모음+단모음이 아니라 반모음+단모음으로 되어 모음 축약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모음이 축약된 형태의 발음은 그대로 표기에도 영향을 미쳐 표준 표기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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