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와 형용사
용언은 문장에서 주어를 서술하는 기능을 하는 말로 동작성이나 상태성을 나타내는 독립된 의미를 지니며 어미 활용을 한다. '도준이는 똑똑하다', '도준이는 달린다' 등의 표현처럼 서술어 자리에 쓰이는 단어로서 '동사'와 '형용사'가 있다. 동사는 주어의 움직임, 작용(동작성)을 나타내고 형용사는 주어의 성질, 상태(상태성)를 나타낸다. 동사와 형용사는 의미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문법적으로도 구별이 가능하다. '아름다운', '놀라운', '착한', '신비로운', '푸른', '바쁘다' 등의 말은 의미상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형용사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달리다', '말하다', '사다', '듣다' 등의 말은 의미상 동작을 나타내기 때문에 '동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양자를 구별하는 기준이 있다. 첫 째, 기본형에 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를 넣을 수 있으면 동사, 없으면 형용사이다. 위의 동사의 예시로 제시한 단어들에 현재 시제를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를 넣으면 '달린다', '말한다', '산다', '듣는다'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다. 하지만 이 기준을 형용사에 적용하면 비문이 된다. 둘째, 현재를 나타내는 관형사형 전성 어미를 사용할 수 있으면 동사, 없으면 형용사이다. 첫 째 원리와 마찬가지이다. 관형사형 전성어미는 '달리는 말', '물건을 사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에서 볼 수 있듯 용언 어간에 붙어 뒤의 체언을 수식하는 기능을 한다. 이때 그 의미가 시간적으로 '현재'를 나타내는지 여부를 보면 된다. 형용사 예시에서 '푸른 바다', '바쁜 사람' 등도 가능한 표현이지만 이때의 관형사형 어미는 모양은 같아도 현재를 나타내는 기능이 아니다. 셋째, 의미상 '의도'나 '목적'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와 함께 쓰일 수 있으면 동사, 없으면 형용사이다. '오늘 운동장 한 바퀴를 달리려고 한다', '카페에 음악을 들으러 간다'와 같이 동사에는 의도와 목적을 나타내는 어미를 결합할 수 있다. 넷째, 명령형과 청유형 종결 어미를 사용할 수 있으면 동사, 없으면 형용사이다. '오늘 함께 달리자', '오늘 함께 걷자', '오늘 함께 공부하자', '조금만 사라', '음악을 작게 들어라' 등과 같이 동사에는 명령, 청유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형용사에는 명령, 청유형 종결 어미를 사용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늘 건강하세요'라는 말은 익숙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비문이다. 서술어로 쓰인 '건강하다'는 형용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라고 표현해야 문법적으로 맞다.
보조 용언
보조 용언은 앞 본용언 뒤에 곧바로 연결하여 쓰며 자립성이 없다. '노래를 들어 보다', '박물관에 가 보다', '물건을 얹어 두다', '책을 읽고 싶다', '날이 춥지 않다', '그릇을 비워 버리다', '공부가 끝나 가다', '친구를 도와주다', '그의 말이 그런가 보다', '나는 재밌어서 웃어 댔다', '핑계를 둘러 대다', '집이 추워 가지고 히터를 틀었다' 등의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수많은 표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의 예시에서 밑줄 친 것들이 모두 보조 용언이다. 이들은 일반 동사나 형용사와 그 형태가 같으나 보조 용언으로 쓰일 때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예컨대, '들어 보다'에서 보조 용언 '보다'는 본용언으로 쓰일 때의 '보다'의 의미가 없다. 일반 동사로서 '보다'는 눈으로 어떤 대상을 인식한다는 의미를 갖는데 비해 보조 동사로 쓰인 '보다'는 어떤 행동을 시험삼아 해 보거나 어떤 일을 경험 삼아 해 본다는 의미를 가진다. '끝나 가다'의 '가다' 역시 본용언으로 쓰이는 '가다'의 의미와 완전히 다르다. 동사 '가다'는 다른 곳으로 장소를 이동한다는 의미를 지니는데 비해 보조 동사 '가다'는 앞말의 동작이나 상태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완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보조 용언은 본용언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다. 보조 용언은 보조 동사와 보조 형용사로 구별할 수 있다. 구별 방법은 앞 문단에서 제시한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는 방법과 같다. 위의 보조 용언을 살펴보면 이들은 본용언의 뜻을 강화해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오랜만에 재즈를 듣는다'라고 하는 것과 '오랜만에 재즈를 들어 봤다'라고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후자는 보조 용언 '보다'가 결합하여 '시도'의 의미를 더한다. 다른 보조 용언들도 문장에서 일정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 기능에 따라 동사는 당위, 시행, 부정, 피동, 사동, 강세, 반복, 보유, 시인, 진행, 종결, 상태 등으로, 형용사는 희망, 부정, 추측, 시인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보조 용언과 본용언 사이에는 다른 문장 성분이 끼어들 수 없다. '물건을 잘 얹어 두다'는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지만 '물건을 얹어 잘 두다'는 비문이다. 다른 예시에 다른 문장 성분을 끼워 넣어보면 매우 부자연스럽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본용언과 보조 용언이 결합한 형태와 본용언과 본용언이 결합한 형태한 비슷해서 혼동되는 표현이 있다. 예를 들어, '그릇을 깨 버렸다'라는 표현과 '그릇을 깨서 버렸다'라는 표현을 보자. 전자는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의 종결, 완료를 나타내는 보조 용언(보조 동사)이다. 후자는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리다' 할 때 '버리다'와 같은 본용언이다. 본용언과 보조 용언은 이렇게 엄연히 다르므로 형태와 맥락을 살펴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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